김현환 재미자주사상연구소 소장 2005.03.21
이북은 2002년 7월1일자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발표하였다. 내가 이북을 자주 방문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의 생산물이 배급체계를 통하여 소비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이 활발하지 못했다. 매달 1일, 11일, 21일 3일 농민시장이 서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시장에서는 주로 농민들이 자기들의 텃밭에서 생산한 곡물이나 야채를 사고 팔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재미동포 이산가족들은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초에 가족방문을 하면 모두 가족을 만나러 고향으로 갔으며 2박 3일간 가족들의 집에서 잘 쉬다 왔다. 이때는 이북 주민들에게 정부에서 100% 배급이 나왔기 때문에 풍부하지는 못하지만 사는 데에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동구사회주의 나라들이 몰락하고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물물교환 하던 시장을 모두 잃었고 거기다 1995년부터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면서 이북 민중들은 고난의 행군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때부터 이북의 배급체계는 서서히 붕괴되었다. 나는 이 고난의 행군 시기 이북을 방문할 때마다 만나는 사람에게 배급이 제대로 나오는 지를 묻곤 하였다.
이러한 고난의 행군시기에 이북 민중들은 식량을 사기 위하여 농민시장으로 나가 여분의 옷이며 가구 등을 팔았다. 이리하여 농민시장은 개인이 생산한 곡식, 야채, 염소, 닭을 비롯한 가축들, 기타 생활필수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커갔다. 심지어 평양에서도 정부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농민시장은 다양한 물품을 유통시키는 <종합시장>으로 성장 발전하였다. 곡식을 포함한 생활필수품을 정부가 책임지고 배급체계를 통해 유통시키던 방식으로부터 생산단위에서 생산은 물론 판매까지 책임을 지고 시장을 통해 생필품을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경제관리 방식이 전환된 것이다. 여기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화폐경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었다. 공장, 기업, 회사, 호텔 등에서도 정부가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돈을 벌어 자기의 일꾼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이러한 현실적 여건을 반영하여 사회주의의 원칙을 지키면서 경제를 개선시키는 조치를 2002년 7월1일 발표하였다. 이 경제관리 개선조치로 우선 배급제가 붕괴된 조건에서 그 동안 배급제가 실시될 때 버스 요금 등을 지불하도록 상징적으로 주던 100원에서 200원 하던 월급을 현실화하여 매달 2000원에서 3000원으로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렸다. 그리고 정부는 협동농장에서 고가로 사들인 곡식을 배급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싸게 시장에 내놓아 팔았다. 이 7.1조치로 이북의 주민들은 화폐경제와 시장을 도입하고 임금도 노동의 질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불하게 되었고 각 공장, 기업체, 회사, 호텔들은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배급제가 실시되던 시기에는 생산자는 소비자의 구미에 관계없이 할당된 생산량만 채우면 되었다. 그러나 시장과 화폐경제가 도입되면서 생산자는 생산량만 채워 정부에 바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판매까지 겸해야 하니 생산자가 기계적인 수동적 생산자에서 능동적 생산자로 변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7.1조치로 이북의 임금체계가 현저하게 달라졌다. 지난 시기 이북에서는 노동의 질과 노동의 시간에 따라 임금액수를 정해놓고 근무하기만 하면 평균적으로 임금을 지불하였다. 그러나 7.1조치에서는 우선 노동의 질과 노동시간에 따라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거기다 각 일꾼들이 초과 이윤을 냈을 경우 그 초과 이윤 더하기 기업전체가 낸 초과 이윤을 분배하여 각자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그러니 동일 직장에서 일을 하는 일꾼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성과와 자기 기업체의 성과에 따라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차등임금제가 실시되었다.
다음으로 7.1조치의 두드러진 변화는 공장, 기업체, 회사, 호텔 등의 독립채산제의 도입이다. 지난 시기 각 기업소는 정부에서 할당한 목표 양을 채워 정부에 바치면 정부에서 그것을 구입해 주었다. 그러나 7.1조치 이후 기본적인 생산 할당량은 정부로부터 내려가지만 이 기본적인 양을 제외하고는 기업소가 각자 생산량을 정하여 정부로부터 할당된 양을 제외한 여유 생산량을 시장을 통하여 유통시킬 수 있고 거기서 나온 이익도 기업체가 각자 알아서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소마다 이익을 내어 소속 노동자들에게 평균적 임금 이상의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소 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7.1경제개선조치는 얼핏 보기에 자본주의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기에 이북도 결국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중국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개혁, 개방하는 것이 아니냐고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 이북에 사는 지식인들 중에서도 경제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북도 마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다 되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7.1조치로 이북도 마침내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했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
그러면 이북이 취한 7.1경제개선조치가 과연 <사회주의적 혁명원칙>을 저버린 것인가?
김정일국방위원장은 1991년 12월25일 소련이 붕괴된 후 9일이 지난 1992년 1월3일 소련붕괴의 원인 중 가장 큰 근본원인이 "사회주의적 소유를 고수하고 발전시켜나가지 못한 것"이라고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적 교훈과 우리 당의 총 노선"이란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사회라면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에 기초한 사회이다. 이북의 7.1조치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라는 <사회주의적 혁명원칙>을 버린 것이 아니라 철저히 그것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은 “추호도 양보할 수 없는 혁명적 원칙”이라고 위 논문에서 김위원장은 강조하고 있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투쟁에서 이 혁명적 원칙, 즉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버리는 것은 곧 “투항과 변절을 의미한다”고 위 논문에서 그는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주식시장을 도입하고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여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산수단마저 사고팔게 허용함으로써 사회주의의 제1의 혁명적 원칙을 저버렸다.
다음으로 이북의 7.1조치로 <차등적 임금제>라는 인센티브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이것이 사회주의적 분배원칙에 맞느냐 하는 문제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자본과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에게 발생한 이익의 처분권이 주어진다. 자본가들 사이에서도 자본의 보유량에 따라 이익의 분배량이 달라진다. 한편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발생한 이익의 처분권이 이익을 낸 당사자들인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생산에 기여한 노동의 크기에 따라 분배된다. 7.1조치로 이북에서도 차등적 임금제가 도입되었으나 그 분배의 원칙은 <자본의 소유>에 따른 것이 아니라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용인되고 있기 때문에 생산수단의 소유주인 자본가에게 이익분배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는 하루에도 몇 명씩의 백만장자가 생겨난다고 한다.
또한 7.1조치로 이북에서도 <시장>이 도입되었는데 이 시장이 마치 자본주의 사회의 <암시장>같은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북의 시장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영시장>으로 시장에서의 거래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가격도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정해진다. 이북의 시장은 배급체계가 무너지자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유통체계로 배급방식이 아니라 개인간 거래를 통한 사회주의식의 독특한 시장형태이다.
7.1조치로 염려되는 점은 소유와 분배라는 물질적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조치로 혹시 부작용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업자가 생겨나지 않을까, 빈부의 격차가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노동자들이 과연 주인의 지위와 역할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현화(유로화, 딸라, 엔화, 중국돈 등)를 접할 수 있는 무역업을 하는 사람들 등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생활이 더 윤택하여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차별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등등이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북의 주체사회주의를 믿는다. 나라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주체적으로 실정에 맞게 사회주의를 실현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북의 7.1조치는 이북의 주체사회주의를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7.1조치를 중국식 개혁개방조치로 보고 이북도 결국은 자본주의화의 길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사이 이북의 노동신문을 자세히 보면 <개혁>, <개방>이라는 말 대신에 <개건>, <개선>이라는 용어가 발견된다. 2005년 3월2일자 노동신문에는 이기성 기자가 쓴 <강성대국 건설을 담보하는 인민경제의 개건현대화>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여기서 이기자는 “최신과학기술에 기초하여 인민경제의 개건현대화를 적극 다그치는 것은 경제발전의 합법칙적 요구이며 강성대국의 물질경제적 토대를 굳건히 마련하기 위한 관건적 고리”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2005년 2월18일자 노동신문 3면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지적한 말이 인용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기 위하여서는 기업관리 체계와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 완성해나가야 합니다."
<개건>이란 위에서 말한 과학기술혁신을 말하고 <개선>은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를 말한다. 그러니까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과학기술의 혁신과 경영의 과학화를 해나가겠다는 것이 7.1조치의 주된 내용이다. 개혁, 개방이란 결국 문호를 외국 자본주의나라들에 열어 그에 맞게 사회주의적 기본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북의 7.1조치는 이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요사이 흔히 쓰이는 <개혁>, <개방>이란 말은 사회주의사회에 맞지 않는 용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사회주의사회란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혁>(Reform)이 아니라 <혁명>(Revolution)을 한 진보적인 사회이다. 이북의 사회주의 헌법 서문 제1장 제2조에 이북은 "제국주의침략자들을 반대하며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하여 영광스러운 혁명투쟁에서 이룩한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혁명적인 국가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북은 사회변혁을 위하여 형태만 조금씩 바꾸는 개혁(re-form)이 아니라 나라의 근간인 생산수단마저 사유화를 반대하고 사회화(공유화)한 혁명적 국가로서 모든 사회변혁에 개방(open)되어 있다. 즉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이 단지 임금이나 올려 준다든가, 의료보험 등 혜택을 준다든가 하는 식의 re-form이 아니라 이북은 노동자들을 포함한 대중이 생산수단의 주인이 된 revolution을 한 사회이다.
현재 <개혁>, <개방>이라는 말들은 사회주의를 자본주의화시키기 위하여 쓰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오히려 자본주의를 사회주의화시키기 위하여 이 용어들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본의 노예로부터 해방하기 위하여 개혁, 개방을 넘어 사회주의로 혁명을 한 “혁명적인 국가”인 이북을 자본주의로 다시 개혁, 개방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북에서 사회주의사회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공산주의사회로 가기 위하여 개혁, 개방을 한다든가 혁명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는 소리이다.
물론 이북도 사회주의사회가 완성된 이상사회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김정일위원장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에서 공산주의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면 사회주의제도의 수립은 그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 그에 의하면 사회주의사회는 “공산주의 성격”을 지닌 새로운 사회이지만 동시에 낡은 사회의 유물을 지닌 “과도적 사회”로서 인류의 이상사회인 공산주의사회로 가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고 인정하였다.(위에 인용한 1992년 1월3일 논문)
이러한 김위원장의 지적은 이북의 현재의 과도기 사회인 사회주의사회도 계속하여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개혁, 개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적은 자본주의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개혁, 개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인 자주성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역사라면 역사는 시간이 걸리지만 앞으로 진전해 가게 마련이다. 동구와 소련식의 사회주의가 붕괴되었으나 참된 사회주의가 망한 것은 아니다.
이북은 7.1경제개선조치를 통하여 이북식 주체사회주의를 더욱 강화발전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선군정치로 제국주의 연합세력들의 고립말살정책을 극복하고 내부의 문제를 개건, 개선하여 기술혁명과 과학적 경제운영을 통하여 강성대국건설, 즉 높은 공산주의 이상사회의 건설을 향하여 돌진하고 있다. 자주적인 사회주의사회를 파괴하려는 제국주의연합세력과 대항하여 핵무기를 포함한 현대무기들을 혼자의 힘으로 스스로 준비하면서, 즉 자주국방을 이룩하면서 외롭게 사회주의를 옹호고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그래도 한 나라쯤은 이러한 진리의 길, 정의의 길, 평화의 길인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제국주의의 본질, 자본주의의 본질을 세상에 들어내지 않겠는가. 이러한 나라가 바로 우리 조국의 한 부분인 이북이라는 것을 우리는 긍지 높이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