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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의 꿈이 이루어지길
김현환 소장 | 2008/08/31 19:57

김현환 (재미자주사상연구소 소장)



요 며칠 간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느라 저녁밥도 TV 앞에서 먹어야 했고 저녁 산보도 못하였다. 테드 케네디의 연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의 연설, 힐러리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 고어 전 부통령의 연설과 마지막으로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 한 마디 한 마디 빼놓지 않고 들었다. 미국에 34년 살아오면서 오래간 만에 미국에 산 보람을 느끼는 날들이었다. 미국에 무엇인가 변화의 기대를 갖게 해 주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4월28일, 워싱턴 디시에서 [나에게 하나의 꿈이 있다]는 연설을 한지 45년 만에 다시 미국 시민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연설을 들으며 미국에 다시 기대를 걸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국 시민들에게 변화의 꿈을 주었던 킹 목사도, 죤 에프 케네디 대통령도, 바브 케네디 대통령 후보도 모두 암살당하여 그 꿈들이 좌절되었다. 변화의 꿈을 암살로 살해하는 미국에 나는 전혀 기대를 갖지 않았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크게 차이가 있다고 나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11월 4일 대선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흑인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막강한 힐러리 클린턴 뉴욕 상원의원을 이기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자 다시 미국 시민들과 더불어 나도 변화의 꿈을 갖게 되었다.

변화의 꿈, 그것은 이미 내가 다른 글에서 발표했듯이 극소수의 가진 자들이 침략과 약탈, 전쟁정책을 쓰면서 선량한 미국 시민들과 약소국들의 민중들을 죽음과 가난으로 몰아넣는 제국주의 미국을 반대하는 변화의 꿈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고리를 끊고 보다 평등한 사회에 대한 변화의 꿈이다.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사상, 성적 경향에 관계없이 인간적 대우를 받는 사회에 대한 변화의 꿈이다. 아프면 누구나 다 병원에 가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민보험제도에 대한 변화의 꿈이다. 공부하고 싶으면 누구나 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갈 수 있는 변화의 꿈이다. 일자리가 평생 보장되는 사회에 대한 변화의 꿈이다. 오바마를 비롯한 여러 연사들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의 요지이다.

나는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하여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것은 나도 흑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시카고의 남쪽 흑인가에서 5년간 살면서 오바마와 미셸이 고민하며 풀려고 고심했던 문제들을 직면해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시카고 시는 명백하게 남쪽에는 흑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고 북쪽에는 백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다. 시카고 시내에 남과 북이 갈라져 있다. 오바마는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후 많은 좋은 법률회사에서 직장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시카고의 남쪽 흑인 거주 지역에서 보수가 낮은 <인권변호사>로 일하면서 시카고 대학에서 헌법강의를 하였다. 역시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미셸도 좋은 법률회사의 직장제안을 거절하고 자기가 나서 자란 시카고의 남쪽 흑인 거주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도시 빈민운동에 투신하였고 최근에는 시카고대학 병원에서 부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오바마 부부의 변화의 꿈은 바로 여기 흑인 밀집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카고 남쪽의 흑인 거주 지역은 뉴욕의 할렘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의 색다른 흑인문화를 이루고 있는 겟토(ghetto)지역, 즉 빈민가이다.

나는 1975년 9월에 미국 시카고에 와서 3개월간 일하며 준비를 한 후 매코믹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였다. 매코믹 신학교는 시카고 대학이 있는 하이드 팍에 위치해 있다. 시카고 대학 건물들은 흑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53가에서 62가에 걸쳐 산재해 있다. 미시간 호수가 옆에 있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공원들이 캠퍼스 가까이에 펼쳐져 있다. 시카고 대학은 흑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동네에 둘러싸여 있다. 과거의 동독 내에 둘러싸여 있던 서백림을 상상하면 된다.

나는 매코믹신학교에 입학하여 신학교 기숙사로 짐을 옮기고 등록을 마치자 사무실에서 호루라기를 주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호루라기를 불라고 하였다. 나는 어리둥절하였다. 별 이상한 사회가 다 있다고 생각하였다. 차차 하이드 팍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호루라기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밤에 자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신학생들이 야구방망이와 몽둥이 등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들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내가 하이드 팍에 살면서 여러 번 호루라기 소동이 있었다. 신학생들이 밤에 도서관에 갔다 오다가 흑인 청년들에게 지갑을 털린 사건, 여학생이 강제로 차에 태워지려다 도망친 사건, 기숙사에 누군가 침투하려던 사건 등에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 나도 몇 번 나가 보았다. 하이드 팍에서는 밤에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나는 미국 오기 전에 시카고에는 갱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흑인들을 보면 겁이 나곤 하였다. 백인들이 사는 북쪽에 3개월 살다가 하이드 팍으로 이사 와서 나는 차를 팔아치우고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였다. 흑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흑인들과 함께 버스와 기차도 타며 차차 두려움이 없어졌다. 내가 신학교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위하여 시카고 대학 사회과학부로 옮기자 기숙사가 흑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62가와 드렉셀에 위치한 아파트로 배정이 되었다. 62가 길 하나만 건너면 흑인들이 길가의 집 앞에 나와 자기들 끼리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려고 할 경우 드렉셀이라는 길을 따라 62가에서 흑인들이 밀집해 사는 집 앞을 지나 63가까지 걷곤 하였다. 그 때 나는 옆을 바라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빨리 걸어가곤 하였다. 혹시나 흑인들이 이리오라고 부르지나 않나 겁이 나곤 하였다. 밤에 기차나 버스를 타면 흑인들의 하얀 이빨만 보였다. 겁이 많이 났지만 차차 겁이 없어지고 이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마치 우리가 이북을 방문하여 이북사람들은 빨간 뿔난 사람들로 알다가 차차 우리와 똑 같은 평범한 코리안이라고 생각이 들면 금세 안심이 되듯이.

그렇게 5년간 흑인들과 어울려 하이드 팍에서 살면서 나는 참으로 많이 변하였다. 우리나라만 남과 북으로 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카고도 뉴욕도 갈라져 있고 미국전체가 두개의 미국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사이 서울도 강남과 강북으로 갈라져 있듯이. 이러한 분열을 해결하는데 신학을 포함하여 모든 학문들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하이드 팍에서 5년간 살면서 몸소 체험하여 배운 내용의 전부이다.

흑인들로 둘러 싸여 있는 하이드 팍에 위치한 시카고 대학에는 우수한 중산층과 상류층의 백인학생들이 대부분이고 극소수의 아시안과 흑인, 라티노 학생들이 일부 섞여 있었다. 시카고 대학은 사립대학으로 학비가 비쌀 뿐 아니라 입학이 어려워 흑인학생들을 비롯하여 소수민족의 학생들이 입학하기가 쉽지 않다. 62가의 시카고 대학의 기숙사에 살 때 62가 길 하나를 두고 똑 같은 집들이 흑인밀집 지역에 있는 것이 10만 달라라면 길 건너 시카고 대학 쪽은 20만 달라였다. 꼭 배가 비쌌다. 요사이는 많이 그 쪽도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여간 이 명백한 차이를 그대로 놔두고 시카고 대학과 거기에 있는 여러 신학대학원들이 외쳐대는 학문의 내용이란 무엇일까? 그저 시카고 대학과 신학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결국 옆의 이웃의 문제는 그대로 놔두고 나만 출세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내가 5년간 계속 하이드 팍에서 고민한 문제이다. 아마 오바마도 나와 똑같이 이 명백한 분단의 장벽을 허물기 위하여 고민하다가 정치가가 되려고 했을 것이다. 흑인들의 한과 좌절감이 싸여있는 이 빈민지역에서 주 상원의원으로, 연방 상원의원으로, 마침내 미연방 대통령이 되어 미국사회를 바꾸겠다는 꿈을 키웠을 것이다. 내가 여기 하이드 팍에서 5년간 살면서 나의 조국 코리아의 남북통일의 꿈을 키웠듯이.

오바마 부부가 자신들이 직접 이 흑인 빈민촌 속에 살면서 흑인들의 한과 설움, 어려운 생활고와 흑백차별을 경험해 보지 않고 단지 최고의 대우를 받는 법률회사에서 일하며 북쪽 백인지역에서 상류층으로 살았다면 사회변화의 꿈을 이야기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오바마 대통령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실제적 고난의 경험을 통하여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고자 하는 변화의 꿈을 미국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짓 미사여구나 과장이 아니다. 시카고 남부의 흑인밀집지역이나 뉴욕의 할렘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오바마가 제시한 변화의 꿈이 바로 미국 전 국민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점을 느낄 것이다.

이번 11월4일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그에 의하여 45년 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되어 미국이 더 이상 전쟁과 침략, 약탈을 중단하고 자주, 평화, 친선을 지향하는 모범국가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미국이 우리 분단된 조국 코리아가 자주통일국가를 이룩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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